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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 사진이 보여주는 것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철군 결정 뒤 한동안 잊혀졌던 아프카니스탄이 다시 화제다.
TV와 신문에서는 카불공항을 탈출하는 사람들,
아이만이라도 탈출시키려 철조망 위로 아이를 던지는 모습.
탈레반 치하에서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이 얼마나 고통 받게 될 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아프카니스탄을 탈출하는 난민들을 어떻게 어디서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 논쟁한다.    

그 와중에 눈길을 끈 사진 한 장이 있다. 

1970년대(1972년?) 아프카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걷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이다.
2017년 아프카니스탄 점령 유지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 국가안보보좌관 맥마스터가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준 사진이다.(트럼프는 문서로된 보고서가 아니라 동영상, 사진을 선호했다고..) "아프카니스탄은 이렇게 다시 문명화 될 수 있다"고 트럼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 일부 언론들은 이 사진을 통해 탈레반 이전 1970년대에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이 얼마나 자유로왔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이 사진처럼 진실을 가린다. 사진의 핵심은 프레임이다. 피사체에 집중하기 위해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담지 않는다. 보고 싶은 것, 보여주고 싶은 것만 찍는다. 사진을 뺄셈의 미학이라고 하는 이유다. 이 사진에서 보여주지 않는 것은, 또 보여주지 않는 것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일까?

1970년대 대다수 아프카니스탄 여성들은 사진 속 인물들과 아주 달랐다. 여성들 대다수는 히잡(머리만 가리는 스카프)을 썼고 일부 지역에서만 부르카(눈만 내놓는 스카프)를 썼다. 절대 다수가 문맹이었고 매우 후진적인 농촌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국왕의 측근 극소수가 카불에 살면서 서방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했다. 그들은 커다란 바다에 떠 있는 아주 작은 섬 같은 존재들이었다. 40년전 아프카니스탄은 도시화되고 세계화된 국가로 서방의 문화를 받아들였는데, 탈레반에 의해 갑자기 폐쇄적이고 후진적인 국가로 후퇴한 것이 아니다. 아프카니스탄은 독재자(왕과 군벌들, 근본주의단체등)들과 그들을 지원했던 소련과 미국 같은 외국군대의 개입으로 후진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지금껏 계속 끊임없이 박탈당하고 착취당했다.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끔찍했던 과거를 미화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40년전 아프카니스탄의 모습과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제대로된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 과거의 불평등을 무시한다면 현재의 불평등도 무시하게 될 것이다. 사진 이미지 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미니스커트에 주목하는 이들은 사회, 정치, 경제적 권리가 아니라 여성들이 얼마나 피부를 드러내는가를 기준으로 여성의 자유를 이야기 한다. 사람마다 자유의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옷차림만으로 여성의 자유 문제를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 예를 들어,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던 1979년 이란에서는 극소수의 여성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없는 지금.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55%다. 미니스커트만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일부 언론들은 여성들의 옷차림에 대한 논쟁을 통해 아프카니스탄 여성들 그리고 남성을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이 처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지워버린다. 아무도 왜 미국이 지난 20년간 점령을 통해 민주주의도 자유도, 여성해방도 그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묻지 않는다. 

20년전 탈레반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겠노라고 벌였던 전쟁의 결과는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위한다는 폭탄과 총알이 정말 민주주의와 자유를 가져다 주었나?

아프카니스탄인 25만명이 이 전쟁으로 죽었다. 수많은 미군, 영국 및 점령군의 군인들도 죽었다. 노무현정부는 2001년부터 일찌감치 파병을 결정했고 그 후 한국군 병사와 민간인도 죽임을 당했다. 처음에 의료와 공병 중심이라던 한국군, 2009년이 되자 전투부대가 파견됐다. 민주주의는 절대 외국군대의 폭격과 총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폭격과 총탄은 압제와 독재만을 강화시킨다. 이것이 과거와 현재 아프카니스탄에서 벌어진 일이다. 피투성이 교훈이다. 
한국 정부는 반성해야 한다. 모든 파병부대를 철수하고 아프카니스탄 난민을 수용하라.    

<참고>
영국노동당 의원 Zarah Sultana의 8월19일 의회연설 - 아프카니스탄 전쟁 비판과 난민 수용 주장
https://www.facebook.com/ZarahSultanaMP/videos/196257052486360

https://ajammc.com/2017/09/06/weaponization-nostalgia-afghan-miniskirts/

 

The Weaponization of Nostalgia: How Afghan Miniskirts Became the Latest Salvo in the War on Terror - Ajam Media Collective

Why is it that non-Afghans only care to learn about Afghanistan when there are pictures of women in miniskirts involved? By shifting the topic to women's clothing, broader questions around the problems facing Afghanistan become elided – and the discussio

ajammc.com

kevin Ovenden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kevin.ovenden/posts/1016542029093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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