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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시(Photo_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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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수행 부처님에게 기어오른다 부처님, 손바닥이 닿아요? 어깨 위에 서면 연꽃이 필까요? 덩굴손이 간질이며 선문답을 보챈다 부처님 웃음을 참는다. 묵언 중이시다
휴식 휴식 벚꽃잎이 바닥에 눕고 빗자루가 난간에 기대고 슬리퍼가 멈추고 고무슬리퍼 속으로 들어간 햇빛 한 줄기가 불을 끈다. 어머니 발보다 작은 어둠이 켜졌다.
청개구리 청개구리 공원에서 청개구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거짓말처럼 벚꽃잎이 입술을 스치면 마음은 풀쩍 ‘물영아리’까지 뛰지만 텅텅 비어 있는 어둠은 언제나 붙박이 타 버린 담배꽁초 날아온다
돌하르방 돌하르방 머리띠 질끈 동여맨 하르방 아파트 상가 그물망을 팽팽하게 당긴다 목관아 지키던 공직생활 끝내고 새로 찾은 천직은 뙤약볕을 쫓는 일 반찬가게 앞에서 입 다물고 두 주먹 꼭 쥔다
소란한 오후 소란한 오후 주공아파트 뒤뜰에서 대화가 격렬하다 겉으로 의연해도 걱정스런 이웃들 봄 햇살에 새 순은 그냥 푸릇하고 재개발이 시작되면 어디로 가나 캄캄한 뿌리처럼 어지러운 가지들
라스트 콘서트 라스트 콘서트 음악이 된 나무가 있었다 때때로 노래했지만 대체로 침묵했다 수명 다해 동강 난 몸을 흙으로 채웠다 초록색 음표들이 윙윙 돋았다 다시 시작된 라스트 콘서트
흰제비꽃 흰제비꽃 깨지고 나서 틈이 생겼다 갈라지고 벌어진 어두운 상처에 둥지를 튼 하얀 새 두 마리 틈이 조금 더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