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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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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시간의 기억_김영수의 초기 사진들 1977-1984 나는 반짝하고 시대를 스쳐 가는 순간적인 것보다는 끈끈하고 깊이 스며드는 본질적이고 영구한 사진을 찍겠습니다. 이 책을 사진을 공부하는 젊은이들에게 드립니다. - 김영수 첫 페이지의 충격 내면의 깊이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엄청난 타격감. 일단 주먹으로 내 얼굴, 내 눈을 한 대 정통으로 때린다. 소년은 나를 본다. 나를 보며 말한다. 당신은 도대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인물 사진들이 잔더의 사진보다 훨씬 깊다. 잔더처럼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의 초상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의 내면의 풍경을, 희노애락을 느낄 것만 같다. 자부심과 웃음과 비참과 쓸쓸함, 그리고 희망과 절망. 사물에서 느껴지는 흔적들 시간에 닳고 닳은, 무너지고 깨지고 부서지고 터지고 죽고 찌그러진 것들. 특히 나는 앉는 부분이 모..
일도슈퍼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_임승유 어렵고 낯선 시집이었다. 꾹꾹 참으며 읽었다. 사실 오래전에 읽었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찌됐든 뭐라도 써야겠다는 심정으로 정리를 해 본다. 비유가 낯설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익숙한 비유가 아니다. "바람은 결심할까요 구름은 실족할까요 의자가 주춤 손가락이 주춤 이러다 탭댄스라도 추겠어요" 에서 "발목은 허공에게 ... 무릎은 계단에게, 귀는...날씨에게, 눈동자-까마귀, 코-종려나무, 발바닥-길바닥, 입술-태양, 손톱은 ...피아노에게" 에서 그런데 이런 새롭고 낯선 비유, 연상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던지고 만다. 수습하지 않는다. 이런 게 현대시의 주된 흐름일 수도 있겠지만. 하하 내게는 어렵다. 시집은 어떤 일관된 분위기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해설에도 설명되..
시지각과 이미지_Perception & Imaging 4장 4장 공간. 시간. 색 Space, Time, and Color 바로 사진의 신비를 통해 빛은 색, 형태, 공간 그리고 시간과의 상호 관계 속에서 나의 깊은 감성과 신념을 표현하는 주관적 대상이 된다. 시각적 경험은 크게 공간, 시간, 색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된다. 공간: 깊이, 투명성, 크기, 외형/형태 질감 시간: 운동, 깜박임, 섬광, 변동, 반짝임 색: 색상, 채도, 명도 공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은 3차원 공간 속에 위치한 물체를 2차원의 사진 이미지로 전화시키는 작업 2차원 공간에서 깊이감을 지각하는 몇가지 유형 -상대적 크기: 동일한 크기의 물체라도 멀리/가까이 있으면 달리 보인다 -선 원급법: 평행하는 두 철로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서로 가까이 밀착되는 것처럼 보인다 -결 기울기: 똑..
시지각과 이미지_Perception & Imaging 3장, 5장 3장 기억과 연상 Memory and Association 하나의 사실이 여러 사실을 마음에 연상시킬수록, 그 사실은 기억 속에 더 잘 보존된다. 윌리엄 제임스 사진 = '기억의 거울', '눈으로 보는 일기장' 기억은 지각에서 중요한 부분. 알지 못하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는 것보다 알고 있거나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보는 것이 훨씬 쉽다. 사진도 아는 것 내지 아는 것을 대상에 투사하여 촬영하지 말고, 보는 것을 촬영해야 할 것이다. "피사체에 다가가지 말고 피사체가 다가오도록 하자" 헨리 소로 풍경 사진을 찍던 마이너 화이트는 '순수하게 보기' 즉, 기억이 배제된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시선을 갈망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 기억 체계로서의 신체 - 운동선수나 무용수는 하나의 기억 체계로서 전신을 사..
시지각과 이미지_Perception & Imaging 1~2장 by Richard D Zakia 1장 선택 selction 간츠펠트 - 시각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시각의 장 내에 고정시킬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참고, 간츠펠트효과 완전히 어두우면/시각정보가 없으면 환각을 보게되는 효과) 형태-배경 우리가 일상에 마추치는 대부분의 장면, 형태figure와 배경background라는 식별 가능한 한쌍으로 이루어져 1. 형태와 배경이 물리적으로 동일한 평면상에 있더라도 형태가 가깝게 보인다 2. 형태와 배경은 동시에 볼 수 없으나 순차적으로 보는 것은 가능 3. 일반적으로 형태는 배경보다 작은 영역 점유 4. 형태는 윤곽이 있으나 배경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이종으로 이루어진 시각의 장을 볼때 물체로 인식하는 것을 형태라고 부르는데, 이 형태는 항상 배경과 대비되..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_리 산 센티멘털 노동자 만세!! 시인은 으로 활동중이다. 비밀결사조직이라고 또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더 찾아보니 박정대. 강정 시인 등이 함께 활동 하고 있다. 구성원이기도 하다. 리산의 시는 시공간을 휩쓸고 다닌다. 시 속에 나오는 공간은 유럽의 어느 작은 여관, 눈내리는 탄드라 국경지대, 중국의 천산과 아라비아의 모래사막, 히말라야 산맥과 집안의 식탁 위, 고속도로 그 어디로든 널뛴다.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국의 낯선 지명과 낯선 환경이 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시 속에서 시간은 현재, 과거, 미래를 넘나든다. 수천년 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교차한다. 시공간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상과 이념과 언어, 예술, 장르 또한 뒤섞인다. 혼종교배의 시공간, 예술과 철학을 넘나들며 리산 시인의 시..
모리스 블랑쇼_침묵에 다가가기 문학(나의 경우는 시) 언어는 일상 언어와 어떻게 다른가? 답을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때마다 해당 분야 전문지식, 개념과 논리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논리와 개념들을 알아도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말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 했다. 말로는 내가 느끼는 것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언젠가 깨달았다. 그리고 시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시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라고 생각했다. 거기까지였다. 이 책에서 문학 언어, 예술로서의 언어(편의상 이제부터 시어로 축소시키겠다)에 대한 사고와 통찰을 만날 수 있다. 어떻게 시어가 일상언어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는지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시어가 왜 부정확하고 흐릿하고 다양하게 해..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너무 읽고 싶었지만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두어달 만에 힘들게 손에 넣었다. 행운과 도움, 노력이 더해져 새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사진강의노트라기 보다는 사진철학노트 같다. 삶과 사진 촬영의 지침으로서 철학노트. 지금껏 읽은 책 가운데 사진에 대한 생각과 시야를 확립하고 넓히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조금씩 야금야금 씹어가며 읽었다. 도저히 가볍게 빨리 읽을 수가 없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 두고 사진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마다 다시 찾아 읽을 것 같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더뛰지 마라. ...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 "의미는 없다. 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다." - W.C 윌리엄스 - 사진..
i에게_김소연 김소연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과 에서 꽤 많은 시들과 문장을 필사했다.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소문자 나(i)에게 라는 시집 제목과 달리 김소연 시인은 나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우리, 당신과 같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시를 썼다. 혼자에 매달리는 나와는 달리 그녀의 시에는 등장인물이 많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 자신에 관한 관심밖에 없는 사람 자신을 통해 자신만을 만나는 사람 김소연 시인은 그런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시인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는 시인 그런 우리 사이를 생각하는 시인이다. 김소연 시인은 관계주의자다. 새장 가장 훌륭한 죄를 생각해냈다며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서 당신은 내 앞에 나타났다 무럭무럭 죄..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_민구 익숙한 것이 좋고 새로운 것은 두렵다. 모르겠다. 싫다. 딸에게 새로운 음식을 먹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아재 입맛인데도 처음 보는 식재료,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서 한 입 먹여보아도 반응이 대체로 시원찮다. 다시 익숙한 음식, 좋아하던 음식에만 젓가락이 간다. 내게 민구의 시는 익숙함과 새로움 그 경계에 서 있다. 시에 관한한, 내가 보수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미래파의 대유행 이후로 새로운 시인들의 신작시집에 손이 가지 않는다. 모두가 감탄한다는 황인찬의 문장은 유치해 보이고 최근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시집들을 읽으면 '김수영은 이걸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나도 민구의 시는 읽을 수 있다. 나를 포근하게 어루만지거나 날까롭게 찌르지는 않지만..
카페의 아나키스트 사르트르 한국의 대표적인 아나키스트 박홍규 교수가 쓴 책이다. 고3, 아마도 내 생애 가장 민감했던 시절, 심취했던 샤르트르 자유를 위하여 권력과 권위에 대한 저항이라는 그의 가르침은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정신에 올곧이 새겨져 있다. 실존과 의식의 상호작용. 실존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대상화, 객관화 시키고 조건과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의식을 탐색하는 방법 삶의 태도이자 방법을 나는 바로 사르트르를 통해 얻었다. 윤동주의 시가 내 마음을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이었다면 사르트르의 소설은 내 실존을 헤아려 자유를 외치는 것이었다. 철저한 개인의 판단, 선택으로 나 자신을 미래에 던지기 스무살 안팎의 청년이 사회운동에 몸 담을 수 있도록 이끈 삶의 태도였다. 이것은 내게 너무나 깊숙히 뿌리 박혀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