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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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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_임승유 어렵고 낯선 시집이었다. 꾹꾹 참으며 읽었다. 사실 오래전에 읽었는데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찌됐든 뭐라도 써야겠다는 심정으로 정리를 해 본다. 비유가 낯설다.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익숙한 비유가 아니다. "바람은 결심할까요 구름은 실족할까요 의자가 주춤 손가락이 주춤 이러다 탭댄스라도 추겠어요" 에서 "발목은 허공에게 ... 무릎은 계단에게, 귀는...날씨에게, 눈동자-까마귀, 코-종려나무, 발바닥-길바닥, 입술-태양, 손톱은 ...피아노에게" 에서 그런데 이런 새롭고 낯선 비유, 연상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던지고 만다. 수습하지 않는다. 이런 게 현대시의 주된 흐름일 수도 있겠지만. 하하 내게는 어렵다. 시집은 어떤 일관된 분위기와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해설에도 설명되..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_리 산 센티멘털 노동자 만세!! 시인은 으로 활동중이다. 비밀결사조직이라고 또는 실체가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더 찾아보니 박정대. 강정 시인 등이 함께 활동 하고 있다. 구성원이기도 하다. 리산의 시는 시공간을 휩쓸고 다닌다. 시 속에 나오는 공간은 유럽의 어느 작은 여관, 눈내리는 탄드라 국경지대, 중국의 천산과 아라비아의 모래사막, 히말라야 산맥과 집안의 식탁 위, 고속도로 그 어디로든 널뛴다.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이국의 낯선 지명과 낯선 환경이 시의 분위기를 만든다. 게다가 시 속에서 시간은 현재, 과거, 미래를 넘나든다. 수천년 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가 교차한다. 시공간뿐만 아니라 철학과 사상과 이념과 언어, 예술, 장르 또한 뒤섞인다. 혼종교배의 시공간, 예술과 철학을 넘나들며 리산 시인의 시..
i에게_김소연 김소연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 과 에서 꽤 많은 시들과 문장을 필사했다. 이번 시집을 읽으면서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소문자 나(i)에게 라는 시집 제목과 달리 김소연 시인은 나보다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우리, 당신과 같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시를 썼다. 혼자에 매달리는 나와는 달리 그녀의 시에는 등장인물이 많다.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사람 자신에 관한 관심밖에 없는 사람 자신을 통해 자신만을 만나는 사람 김소연 시인은 그런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당신을 생각하는 시인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생각하는 시인 그런 우리 사이를 생각하는 시인이다. 김소연 시인은 관계주의자다. 새장 가장 훌륭한 죄를 생각해냈다며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서 당신은 내 앞에 나타났다 무럭무럭 죄..
당신이 오려면 여름이 필요해_민구 익숙한 것이 좋고 새로운 것은 두렵다. 모르겠다. 싫다. 딸에게 새로운 음식을 먹이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아재 입맛인데도 처음 보는 식재료,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서 한 입 먹여보아도 반응이 대체로 시원찮다. 다시 익숙한 음식, 좋아하던 음식에만 젓가락이 간다. 내게 민구의 시는 익숙함과 새로움 그 경계에 서 있다. 시에 관한한, 내가 보수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 미래파의 대유행 이후로 새로운 시인들의 신작시집에 손이 가지 않는다. 모두가 감탄한다는 황인찬의 문장은 유치해 보이고 최근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시집들을 읽으면 '김수영은 이걸 읽고 무슨 생각을 할까' 고개를 갸웃한다. 그런 나도 민구의 시는 읽을 수 있다. 나를 포근하게 어루만지거나 날까롭게 찌르지는 않지만..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_문태준 시집을 열면, 첫 글은 시인의 말이다. 이런 구절이 있다. "시가 누군가에게 가서 질문하고 또 구하는 일이 있다면 새벽의 신성과 벽 같은 고독과 높은 기다림과 꽃의 입맞춤과 자애의 넓음과 내일의 약속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한다." 시인에게 중요한 것들, 시인에게 시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들을 나열한 것일테다. 시집의 세번째 시, 를 읽고 나는 시인이 시를 통해 무엇을, 또 어떻게 표현하려고 하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집은 정말 담백한 저염식 채식 같은 시집이다. 시의 온도는 조금 따뜻한 정도, 미지근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게다가 양도 적다. 몇 줄 되지 않는 시들이 꽤 많다. 한페이지가 넘는 시가 딱 한 편이다. 시인은 마른 풀잎의 엷은 그림자 같은 시를 쓴다. 그의 시에서 소리는 작고 빛은..
발이 없는 나의 여인은 노래한다_장혜령 흑백사진집 같은 시집이다. 시인은 문장과 문장 사이를 천천히 산책하며 사진을 찍는다. 담백하지만 긴 여운이 남는 시집이다. 1,2,3부는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담았다. 4,5부는 세상을 찍은 다큐멘타리 같다. 1~3부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느끼고 생각하고 이해하고 깨닫는다. 4~5부에서는 개인의 체험과 감정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동의 전쟁, 후쿠시마 같은 문제가 나오고 특히 여성의 아픈 삶에 대한 연민이 있다. 시인이 참 참하고 정갈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사소한 메모들 : 한 가지 착상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보다 서로 다른, 얼핏 서로 엇갈린 생각과 이야기를 병치한다. 그 부딪힘으로 새로움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 내가 화자이지만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직접 드러내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