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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진

영혼의 시선_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100쪽 남짓 얇은 책이지만 그 속에 담긴 거장의 생각과 지혜의 두께는 결코 얇지 않다.
사진을 찍을때마다 마음에 늘 새겨 두어야할 말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삶에 대한 관심"때문이다.
하루종일 걸으며 '객관적 우연'을 포착하려고 한다.
그것은 능동적인 소요 과정에서 발생한다.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사실의 깊이를 포착하려고 한다. 
사진은 성찰을 드로잉하는 순간적 행위다. 
그 결정적 순간은 오랜 인식의 결과일 수도, 경이의 결실일 수도 있다. 
달아나는 현실의 숨결을 포착하는 즐거움이 있다. 
대상과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사진을 찍는다. 
보는 것에 대한 판단은 엄청난 책임감을 요구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사진과 걷기와의 관계에 대하여
---> 적어도 나에게는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사진에 담고 싶은 주제(인식)에 대하여
---> 자연스러운 인간 내면의 산물이다. 섣부른 기획을 삼가자. 
현실을 포착하는 사유와 인식의 힘에 대하여
---> 구체적인 대상/사물을 통해 현실의 단면, 진실의 한 구석을 보자. 
대상과의 관계 설정과 작가의 책임에 대하여
---> 대상에 대한 우정과 사랑. 대상에게 해가 되거나 기분 나쁜 사진은 절대 찍지 말 것. 

2부의 '시간과 장소'는 브레송이 방문했거나 만났던(친했던) 장소와 인물들에 대한 짧은 토막글 들이다.
1부 '스케치로서의 카메라'에 견줘 아쉽고 다소 집중하기가 어렵다. 깊이가 덜 하기 때문인 듯 하다.

피에르 아술린이 쓴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평전을 읽어야 겠다.
위대한 사진가인데 무정부주의자라니 매력이 넘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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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여는 글> 
"과학과 기술이라는 파괴적인 세이렌들과 권력의 탐욕, 그리고 새로운 예속상태를 유발하는 세계화에 휩쓸리고 이윤 추구의 중압감 아래 무너지고 있는 세계에서, 이 모든 것 너머에, 우정과 사랑은 존재한다"

<제라르 마세의 서문>
"(인상파 화가들의)세계가 영원한 일요일을 닮은 반면에, 사진은 일하는 나날들을 보여준다."
"정확하게 겨냥한다는 것은 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때로는 숨죽이기를 요구하는 다른 사안이다. 브레송이 자를 지니지 않은 기하학자임과 동시에 사격의 명수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스케치북으로서의 카메라> 

영혼의 시선
"사진은 ... 다양하고 모호한 작업이다. ...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달아나는 현실 앞에서 모든 능력을 집중해 그 숨결을 포착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이미지의 포착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커다란 즐거움이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머리와 눈 그리고 마음을 동일한 조준선 위에 놓는 것이다. 나에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 독창성을 입증하거나 확인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외침과 해방의 방식이다. 그것은 삶의 방식이다."
"나에게 카메라는 스케치북이자, 직관과 자생의 도구이며, 시각의 견지에서 묻고 동시에 결정하는 순간의 스승이다. 세상을 '의미'하기 위해서는, 파인더를 통해 잘라내는 것 안에 우리 자신이 포함되어 있다고 느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집중, 정신훈련, 감수성, 기하학적 감각을 요구한다. 표현의 간결함은 수단의 엄청난 절약을 통해 획득된다. 무엇보다도 주제와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사진을 찍어야 한다."
"무정부주의는 윤리이다"
"불교는 종교도 철학도 아니다. 불교는 자신의 정신을 다스려 조화에 이르고, 자비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조화를 베푸는 수단이다."

결정적 순간
'세상에 결정적 순간을 갖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레츠Retz 추기경
"마치 현장범을 체포하는 것처럼 길에서 생생한 사진들을 찍기 위해 나는 바짝 긴장한 채로 하루 종일 걸어 다니곤 했다. 무엇보다도 돌발하는 장면의 정수를 단 하나의 이미지 속에 포착하고 싶었다. 기록사진을 만든다는 것, 다시 말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준다는 생각은 내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불꽃이 튀게 만드는 주제적 요소들은 대개 분산되어 있다.... 기록사진의 쓸모는 여기서 나온다. 여러 사진들에 분산되어 있는 상호보완적 요소들을 한 면에 모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기록사진은 어떤 문제를 설명하거나 어떤 사건이나 인상을 고정하기 위한 머리와 눈과 마음의 점진적 작업이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테니스에서처럼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즉석에서 절단하고 단순화해야 하지만, 과연 우리가 필요한 것만 절단해내는 것일까. 일을 하면서 항상 하고 있는 일을 의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 기억을 헷갈리게 만들고 전체의 선명함을 해치게 될 불필요한 초벌 사진들을 과도하게 만드는 일은 피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 ... 하나는 우리가 파인더를 통해 실제와 마주할 때이고, 다른 하나는 사진을 현상하고 인화했을 때"
"우리들 각자에게 공간은 눈에서 시작해 무한까지 확장된다. 현존이 공간은 높거나 낮은 밀도로 우리를 자극하고는 이내 기억 속에 갇혀 변형된다. 모든 표현 수단 중에서 사진만이 유일하게 정확한 한 순간을 고정시킨다.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과 같이 노는 것인데, 일단 사라지고 나면 그것을 되살려낼 수는 없다. 주제를 고칠 수도 없다. 
"사진을 찍을 동안이나 암실에서 잔재주를 피워 사진을 조작하려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 현장에 침입자처럼 다가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제에는, 설혹 그것이 정물일 경우에도, 살금살금 다가가야 한다. 살금살금, 그러나 눈은 날카롭게 뜨고, 소란을 피워서는 안된다. 낚시하기에 앞서 물을 흐리는 법은 없다. 플래쉬를 사용한 사진도 물론 안 된다. 비치 없을 때라도 빛을 존중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진가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공격적인 사람이 될 것이다. 이 직업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에 의존하는 바가 무척 크기때문에 말 한마디만 잘못해도 모두 망칠 수 있다."

"어떻게 주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있다. 가장 사적인 세계에 이르기까지 세상만사에는 다 주제가 있는 것이므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민감하고 우리가 느끼는 것에 솔직하기만 하면 충분하다."
"주제는 사실들을 모아 놓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실들 자체는 아무런 흥미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진짜 사실들을 그 깊이와 함께 포착하는 것이다."

"우리는 카메라를 통해 삶의 모든 리얼리티를 수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것을(사소한 디테일?) 즐긴다"
"초상사진의 감동적인 특징 중 하나는 사람들끼리 닮아 있다는 것"
"사진가가, 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적이기도한 하나의 세계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연극용어로 말하자면 사람들이 '상황'속에 있기 때문이다. 사진가는 환경을 존중해야 하고, 사회적 배경을 묘사하는 삶의 환경을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인간적인 진실을죽이고 카메라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을 망각하게 만드는 인위성을 피해야 한다."

"주제가 최대한 긴밀해지기 위해서는 형식의 관계들이 엄밀히 수립되어야 한다. 카메라는 대상과의 관계에 입각한 공간에 자리잡아야 하는데, 구성이라는 위대한 영역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에게 사진은 현실 속에서 그 표면과 선과 가치들의 리듬을 인식하는 것이다. ... 사진에는 새로운 종류의 조형성이 있는데, 그것은 대상의 움직임에 의해 생긴 순간적인 선들의 산물이다. 우리는 삶의 예감이랄 수 있는 움직임 속에서 작업하고 있고, 사진은 그 움직임 속에서 표현의 균형을 포착하는 것이다."
"셔터를 누른 바로 그 순간 본능적으로 정확한 기하학적 구도-이것 없이는 사진은 형태도 생명도 없는 것이 되고 만다-를 고정시켰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항시 구성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진을 찍는 순간 그것은 직관적일 수밖에 없다."
"정사각형 규격은 변들이 같기 때문에 정태적인 것이 되기 쉽다."

"우리에게 카메라는 도구이지 예쁘장한 장난감 기계가 아니다. 하고자 하는 것에 적합한 카메라에 대해 편한 느낌을 갖는 것으로 충분하다. 조리개 조절이나 노출속도 조절 등과 같은 실제적인 카메라 조작은 자동차의 기어를 변속시키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진언어라고 하는 생각의 지름길은 큰 힘을 지니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는것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엄청난 책임이 내포되어 있다."

"내부 세계와 외부 세계라는 이 두 세계 사이에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두 세계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결국 하나가 된다. 우리는 이 세계와 소통해야 한다."

"가장 복잡한 색감을 주는 검은색과 달리 천연색은 이와 반대로 아주 부분적인 색감만을 제공할 따름이다.

사진과 드로잉: 평행선
"사진은, 성찰을 드로잉하는 순간적인 행위이다."

<시간과 장소>

"사진에서 창조란 한 순간이자 하나의 분출이며 하나의 반발이다. ... 누구나 사진을 찍는 동안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순간은 오랜 인식의 결실일 수도 있고, 경이의 결실일 수도 있다."
"아내도 나도 비행기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행기는 너무 빨라서 한 나라에서 다음 나라로 이동할 때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를 볼 수 없다."
"나는 경제학자도 기념물 사진가도 아니고 물론 기자도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삶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사물의 이유를 묻는 물음에 답하기에 적합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이 물음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다. 최선의 경우 카메라는, 직관이라는 고유한 방식으로, 묻는 것과 동시에 답한다. 그래서 나는 '객관적 우연'을 찾아 능동적으로 소요하는 가운데 카메라를 이용했던 것이다."

"우리는 평일에는 훌륭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이지만, 일요일에는 아니라오."
체 게바라(순교자가 아니다)와 피델 카스트로(혁명이 사라지는것을 보기 보다는 죽기를 선호할 것)에 대한 카르티에의 정반대 예언 --> 누구나 실수를 한다. ㅎㅎ -->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쉽게 판단하거나 단정해서는 안된다. 

자코메티
"그는 자신에 대해 정직하고 자기 자신의 작업에 대해 엄격하며 가장 어려운 것에 악착스레 달라붙는 사람이다."
"알베르토는 때때로 싫증을 느끼곤 한다고,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고 초상화 등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한다고 내개 말했다. 두 가지에만 전념해야겠나는 것이다. 이러한 절약 감각은 대단한 것이다. 그것은 취향의 절제다."

"나에게 카메라의 렌즈로 무의식과 우연의 잔해를 뒤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은 초현실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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