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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사진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너무 읽고 싶었지만 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두어달 만에 힘들게 손에 넣었다.
행운과 도움, 노력이 더해져 새 책을 구할 수 있었다.  
사진강의노트라기 보다는 사진철학노트 같다. 삶과 사진 촬영의 지침으로서 철학노트. 
지금껏 읽은 책 가운데 사진에 대한 생각과 시야를 확립하고 넓히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조금씩 야금야금 씹어가며 읽었다. 도저히 가볍게 빨리 읽을 수가 없다. 
언제나 가까운 곳에 두고 사진에 대한 의문이 생길 때마다 다시 찾아 읽을 것 같다.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더뛰지 마라. ...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 "의미는 없다. 오로지 사물만이 존재할 뿐이다." - W.C 윌리엄스
- 사진이 찍혀지는 순간까지 그것과 함께 머물러야 한다. ...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빛, 공간, 거리 사이의 관계, 공기, 울림, 리듬, 질감, 운동의 형태, 명암, ... 사물 그 자체 ... 이들이 나중에 무엇을 의미하든 아직은 사회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성적이지도 않다. 
- 그저 바라만 보아라. ... 카메라 파인더 안에 보이는 사물의 표면에 반사된 빛을 기록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다. 
- 그것의 의미를 경험한다는 것. 몇 초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을 그저 바라만 보며 그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어가 배제된 목소리, 음악의 선율, 도자기, 추상화, 그것의 현존, 그것의 무게, 그것의 존재와 나의 존재의 경이로움. 사실 그 자체의 신비. 

단상 #1 아이디어
- 사진은 아이디어다.
: 섬광처럼 머릿속에 번쩍 떠오른 생각. ... 사진이란 바로 찰나의 느낌이며, 그런 뜻에서 번쩍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같다. 
- 사진은 시간의 밖에서 온 '아이디어'다. 
: 시간은 계속 흐른다. ... 그러나 사진은 시간을 잘라낸다. 사진은 시간을 정지시킨다. ... 아이디어는 잘라낸 시간 속에서 눈앞에 드러난다. 
- 사진은 눈으로 보여진 통찰이다. 
: 나는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사진을 찍는 것은 내 안의 무언가와 합치되는 바깥의 대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 숟가락을 찍는다면, 숟가락에 대한 내 '생각'을 찍는 것이지 숟가락 자체를 찍는 것은 아니다. 
- 인텔리전스는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범주에 속한다. 그래서 성공적인 사진은 형식과 내용을 분리할 수 없다. 형식과 내용은 동시에 발생한다. 사실, 그 둘 사이엔 어떤 차이도 없다. 
: 인텔리전스는 지성, 감성, 육체가 모두 조화된 상태를 통칭 ... 셋은 따로 존재할 수 없다. ... 인텔리전스는 논리를  벗어난다. 

사진과 시
- 은유와 애절함은 사진이라는 독특한 매체의 직접성에서 비롯된다. 사진이 불러오는 감정은 회화와 조각 같은 시각적인 분야보다 시와 음악에서 받는 느낌과 더 비슷하다. 
- 사진과 글은 ... 늘 '무엇'이라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그 대상에 대한 묘사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 사진가와 작가들이 이 두 매체의 묘사적인 성격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 19세기 후반 회화주의 사진가들 ... 사진이 주는 정보가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사진 자체가 더 신비로워진다고 믿게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 문학에서 보자면,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같은 많은 작가들이 전통적인 서술방식을 깨뜨려 더욱 심화된 감성과 정신세계를 펼쳐내기 위해 ... 그들에게는 '사실이 보여주는 진실'보다 '감정이 보여주는 진실'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 '무엇'을 상상하려고 하면 우리는 그 말에 족쇄에 걸려 그 '무엇'밖에는 상상할 수 없게 된다. 
- 사진이 가장 표현하기 힘든 매체 가운데 하나인 까닭은 시각 매체로서 사진이 독특하고 강렬한 묘사의 특성을 가진 동시에 바로 이 특성 때문에 사진의 내용은 객관적 사실로 보인다는 점이다. ... 사진의 역설이다. ... 양극단에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던 사실주의와 추상주의가 실은 조화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이치를 이해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 일단 이 역설을 받아들이자 무언가 심오한 것이 내 마음바닥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조지 발란신Balanchine의 발레를 볼때였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 인간의 몸뚱아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내 영혼을 사로잡은 것은 동작, 형태, 리듬, 색, 공간들이 함께 이루어낸 추상적인 총체였다. 사실과 추상이 조화로운 긴장 속에서 서로 녹아들고 있었다. 
- 예술은   추상 <--><--><----><--><-----><--> 사실
  사이의 긴장감 속에 살아 있다. 

사진, 서구 문명 몰락의 원인
- 찰스 올슨은 그리스 시대 이후, 우리의 말은 점점 지식과 개념의 설명으로 체계화되었고, 반면 경험한 것을 바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실해 왔다고 주장한다. 
- 아마도 우리는 자기 안에 내재된 감정을 투영하고 반추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지도 모른다. (스티글리치의 이퀴벨런스Equvalence를 이행하는 또다른 방식인가)
: 스티글리츠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사진들을 찍고 '이퀴벨런스(등가, 같음)'라고 이름붙였다. 그는 "이 구름 사진들은 나의 기본적인 인생철학, 그리고 내가 겪은 심오한 경험들과 상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 사실 모든 예술 작품은 예술가의 경험과 영혼의 등가물 ... 작품은 모두 작가의 세계와 등가물이다. 
- 나는 천천히 깨닫게 되었다. 사진은 우리가 두려워하거나 직접 부딪치기 싫어하는 것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역할을 한는 것이다. 
- 언어가 발달하면서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 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주의'의 발달로 사람들이 직접 경험해 볼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사고는 도약하기 시작한다. 
- '사실주의' 경향에 생활 깊숙이 침투되어 있는 사진, 영화, 비디오의 힘을 더해 보자. ... 이전보다 훨씬 간접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되었고 ... 거짓투성이 세계에 ... 의심도 많아지고 ... 의지와 상관없는 일들까지 대리체험해야 한다. 우리들 가운데 총에 맞은 사람들을 실제로 본 자들이 얼마나 되는가? 그러나 텔레비전을 틀면 단번에 수 천 명도 넘는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할 수도 있다. 
- 시를 쓰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산문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 내 이성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의미와 가치의 세계가 뚜렷이 존재하는 것이다. ... 불현듯 언어로는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하고 심오한 무언가가 마음바닥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누군가 바닐라 맛에 대해 최상의 표현으로 지적이고 우아하게 설명하는 것을 듣는다고 치자, 나는 여전히 바닐라 맛을 모른다. 처음 맛 본 바닐라, 처음 본 그랜드 캐니언 ... 예술 작품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연습 #보는 방법
- 사진을 찍을 때 '전체'를 포착하도록 노력한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의 직관과 본능을 신뢰하지 않고 전체를 포착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저 생각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늘 같은 렌즈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렌즈가 제공하는 시야에 익숙해지면 '전체'를 훨씬 빨리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프레임은 사진가가 조작한 시각이지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 프레임이 사진 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이다. 프레임 안의 것, 밖으로 밀려난 것, 프레임 안에서 빼버려도 상관없는 것은 무엇인지가 종종 사진에서 중요한 의미를 차지한다. 

크기
- 사진은 크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관계들만을 보여줄 뿐이다.
- 사진은 절대적 크기를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적인 크기를 보여줄 뿐이고 미루어 짐작될 뿐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세상의 어떤 것도 자체의 크기 따위는 없으며 오직 다른 것과 비교해서 어림된다는 사실이다. 

연습 #의도
- 모든 일이 가능한 열린 무대를 짓는다. ... 무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 몸과 마음은 예민한 레이더가 되어 모든 상황에 적극 반응할 것이다. 대신 내용이나 의도는 고려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 완전히 몰입한 상태에서, 나는 약간의 행운(은총)과 더불어 내 의도가 사진 찍는 행위와 일치될 수 있는 '열린' 상태를 맞게 된다.
-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를 만들 때 절대 내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이야기가 스스로 흘러가도록 분위기만 조성한다는 것이다. 
-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보다 대략적인 계획 아래 구체적인 부분들을 자신의 본능, 직관, 감각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의도를 바꾸고 강조할 수 있는 촬영, 편집, 인화 세가지 기회가 있다. 

사진과 예술
- 수많은 위대한 작품들은 예술가가 아니라 신문사와 잡지사가 의뢰한 작업을 수행하던 직업 사진가들에게서 나왔다. 
- 사진가가 열린 마음과 지성으로 사물을 충분히 관찰한 다음 그 주체를 온전한 매체로 기록할 때,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무언가가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워커 에반스)의 사진은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 사진 자체는 사진 속의 내용과 그 사진을 바라보는 구경꾼 사이에 걸쳐있는 다리일 뿐이다. 
- 나는 어떤 장소에 서 있다. ... 내 앞에 놓인 무언가를 바라본다. 그것에서 어떤 주제가 튀어나올지 알 이유도, 알 방법도 없다. 나와 그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빛, 그 빛을 기록하는 작은 카메라를 집어든다. 결과는 내 한계를 초월하는 세계를 보일 수도, 고양된 내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나는 모른다.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하기를 희망한다. 
- 사진도 돈벌이로 부상했다. 사진가가 죽거나, 대형 사진이거나, 비평가들에게 쓸거리가 풍부한 내용일 때 값은 더욱 올라갔다. 사진이 '예술'로서 가능한지를 주제로 한 논문들도 등장했다. 티격태격 편을 갈라 싸우기도 예사였다. 지금도 그들의 장단은 계속되고 있다. 

연습 #5 첫 번째 관제
- 한 가지 주제로 - 사람, 장소, 물건, 여러 가지 물건이 섞인 것 - 필름 한 통을 찍는다. 
- 포크든 사과든, 작품의 대상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대상이 예술가의 독창적인 감수성으로 어떻게 바뀌었느냐, 바로 이 점이 예술의 핵심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를 찍어내는 본성 때문에 이를 사진에서 배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명암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 흑백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끊임없이 전환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경험이 쌓이면 이 과정도 직관을 따른다. ... 노란 셔츠에 분홍 바지를 입고 파란 벽에 기대고 있는 사람을 컬러로 찍으면 명암의 차이가 두드러지지만, 흑백으로 찍으면 그저 밋밋한 회색 톤의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된다. 

존 시스템 The Zone System
-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문제는 보고 느끼는 사진 속에서 사진의 내용이 되는 질감과 명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사진가의 섬세함을 기르는 일이다. 음악의 음색, 목소리와 어조, 감정의 느낌, 시의 가락, 떨림의 장단, 동작의 선. 

연습 #7 빛을 찍어보기
-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에게 '이 사진이 뭘 찍은 거지?"라고 물었을 때, '빛'이라는 대답이 나오도록 필름 한 두 통을 촬영한다. 

단상 #2 대형 인화
- 사진가들이 예술 안에서 사진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노력이나 예술로서 사진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그저 예술처럼 보이는 그럴싸한 사진을 만드는 데에만 죽을 힘을 다해 애쓰고 있다. 
- 머릿속에 든 생각이 점점 빈약해질수록 사진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간다. ... 개민의 실제 모습보다 더 큰 사진을 만들려고 하는 순간, 우리는 개미의 고유한 모습을 잃어버리며 마법은 사라진다. 

디지털 혁명
- "예술이란 진실을 드러내는 거짓이다" - 파블로 피카소
- 카메라는 그 앞에 존재하는 것만을 프레임 안에 담기 때문에 찍혀진 모든 것은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또한 모든 사진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순간만을 잘라내는 고유의 특성 때문에 '문맥에서 벗어나'있다. 
- 공간, 질감, 색, 전망, 시간, 예측의 순간, 표현, 다른 사람들과의 주체적인 관계와 협동, 사진의 역사와 미학, 사진이 창조되는 순간의 그 광대한 '의미'의 세계를 우리는 배운다. 
- 정밀한 관찰력, 3,4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평면으로 '생생'하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사진을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 

비평
-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경쟁을 조장하지 않는다.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 비평을 하는 유일한 목적은 ... 작품에 대한 통찰력을 심어주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 사실과 견해의 차이를 뚜렷하게 구분해야

인물 사진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자 할 때 가장 좋은 자세는 그와 내가 서로 '눈과 눈'을 정면으로 바로보며 마주보고 앉는 것이다. 내 자리가 상대방보다 낮거나, 높다면 관계는 위치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 우우구스트 잔더는 모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표현하게 했고, 사람들은 대게 자신들의 작업복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 잔더는 한 인간이 사회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그 역할을 맡은 인간의 내면을 동시에 눈앞에 드러냈다. 여기에 신비로움이 있다. 타인의 인간성을 경험하면서 나 자신의 인간성을 느끼며, 그 순간 우리의 세계는 확장되기 시작한다. 

연습 8. 셀프 포트레이트 찍어보기
- 처음 사진을 배우는 사람이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어 보아야만 하는 이유 
: 사진가를 예술의 역사 안에 실제로 끌어들인다. (유구한 셀프포트레이트의 역사), 사진가는 카메라 뒤에서 카메라 앞으로 나온다. 이런 경험은 ... 카메라를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는 도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 우연이라는 요소를 깨닫게 한다. ... 편집의 역할이 중요하다.  
- '우연'이나 '행운'이 서구문화 안에서는 과소평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 서구문화의 속성이 잘된 일에 대해선 자신의 덕으로 돌리고, 실패한 일에 대해선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짙다고 생각한다. 
- 예술 창작에서 '우연'의 요소는 종교에서 말하는 '은총'이나 '기적'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우연의 힘으로 예술가는 자기 능력의 제한된 한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도약할 수 있다. 

풍경
- 수렴민들이 믿는 종교의 핵심은 영적인 풍경이 물리적인 풍경 안에 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땅 위에서 무엇인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을 때, 그 동선과 색이 강렬히 부각되며 성스러운 무언가가 드러나는 순간, 우리는 물리적으로 존재한는 현실에 부합하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된다. - 베르 로페즈 <북극의 꿈>
- '거리 사진'의 내용들은 적어도 얼마간 비평적인 시각이나 아이러니한 느낌을 담고 있다. ... 사진가가 관찰자로서 프레임을 선택하거나 노출 시간을 조정하여 내용을 선택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우월한 위치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거리에서 사람들을 찍는 것은 어느 정도 긴장감과 흥분을 일으키며, 그래서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사진에 묻어난다. 
- 작품의 정신은 예술가의 내면으로부터 나오고, 창조적 행위는 우리가 숨을 쉬며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슬프고 기쁘고 지치고 죽는 그 모든 과정과 서로 맞물려 이루어진다. 
- 자연이란 비평의 대상이 아니며,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끼는 경외감은 빛, 공간, 질감 그리고 공기의 울림과 관련이 있고, 자연이란 한 번도 같은 적이 없었다는 놀라운 발견에 눈을 뜨게 되었다. 행운이란 순간적으로 바위에 드리워진 나뭇가지 그림자 같은 것이다. 
- 빛이 반짝거리는 웅덩이에 둥둥 떠다니는 나뭇잎이 중요한 사건이 될 수 있음을 나는 마침내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사물들간의 위계질서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똑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고, '내용'은 그 모습과 기능 안에 녹아 있었다. 
- 예술이란 관찰과 기록 사이의 좁고도 무한한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언제 깨질 지 모르기에 도리어 아슬아슬한 균형 안에서 감동은 살아있다. 
- 어느 누구도 자연을 개선할 수는 없다. 
- 자연 속에 존재하는 변화무쌍한 공간, 울림, 빛, 공기, 움직임, 삶과 죽음에 조응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밖으로 나가서 내 '자신'을 찾는 것이다. 

단상 #4 게토
- 사진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불쾌한 추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록documentary'사진과 '순수예술'fine art'사진을 따로 갈라서 구역을 정해 놓은 것이다. 
- 모든 사진은 무엇인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모든 사진가가 결정을 내린 순간 찍혀지기 때문에 얼마간 사진가의 의도가 '표현된' 것이다. 

비평, 몇가지 생각들
- 중요한 쟁점은 취향, 유행, '좋아하고 싫어하는' 주관적인 견해와 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비평 사이의 관계였다.
: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두 가지 태도로 우리가 마주하는 예술 작품을 속단해버리며 더 이상 보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예술의 의미는 그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다. 
- 5가지 비평의 요점
1) 추상-묘사
: 모든 사진은 ... 묘사 ... 정보이며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 (나무, 바위, 구름)
: 모든 사진은 평면에 형태로 이루어진 조합이란 점에서 모든 그래픽 아트의 요소들(질감, 톤, 선, 명-암, 형태, 농-담, 공간 등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상적이라는 것도 역시 명확한다.
- '예술의 내용' 대부분이 추상과 묘사라는 이 두 요소 사이에 놓여있다.
: 강렬한 사진에서 추상과 묘사 이 둘 사이의 관계는 한 몸 안에 있으며 그 사이에 선을 긋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형식과 내용의 관계는 일종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든데 이것은 우리가 어떤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읽을 때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내 몸과 마음이 본능적으로 엮어져 감정이란 구조물을 형성하는 것이다.
2) 경제성 (돈과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아마도 때로는 관계가 있다) 
: 한 장의 사실을 볼 때, 그 사진이 무엇에 관한 것인지 충분히 보여주고 있는가? 혹은 프린트 자체에 그 사진에 필요 없거나 혹은 부족한 것이 있는가? 이것은 크기, 선예함, 컬러, 인화의 질, 등등을 포괄할 수 있다. 
: 내 사진 작업이 최근 예술계의 일시적인 유행과는 상관없이 그 자신만의 맥락을 지니고 있는가?
3) 의도
: 샌드위치든, 철학 책이든 모든 것에는 의도가 있다. 
: 사진가의 의도가 아니라 사진의 의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몇몇은 미리 무언가를 계획해서 찍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의도를 발견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작업을 하면서 내 의도가 전환되는 것도 역시 가능한 일이다. 
: 비평과정은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최대한 마음을 열고 주의깊게 작품을 바라보는 일이 된다. .. 작업은 스스로 말해야만 하는 것이다. ...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한 비평의 장을 만들어내고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은 실제 정보를 갖게 된다. 
4) 분위기
: 모든 것에는 분위기 있다. ... 장소도 분위기가 있다. ... 중점적인 이슈는 사진의 분위기가 사진의 의도를 지지하는가 혹은 훼손하는가 하는 점이다. 
: 고려할 사항 
+조명의 상태
+구성의 전략(공간의 사용)
+계조 혹은 그레이 스케일
+인화의 질(잘된 인화인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장비의 선택과 재료
+초점의 상태와 부드러움
+ 드러나고 숨겨진 정보의 양
5) 존재감
: 사진이 자신만의 힘과 고유성을 지니고 있는가

내용-맥락-영향
- 여전히 깨닫지 못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내(내 사진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내가 이 빌어먹을 것들의 정체를 죄다 알아내지 못하리라는 걸 분명히 말해 주고 있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끝없이 많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평생 동안 쉼없이 작업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실을 말해주는 목소리가 들려오리라고 희망한다. 이 희망으로 내 정신은 자유롭고 내 가슴은 설레인다. 
- 우리는 받아들이고, 이용하고, 심지어는 베끼기조차 하며 이것저것 시도해 본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모방'이라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다. 

니오타니Neoteny
- 65세의 일선에서 은퇴한 노인의 내면에 여전히 '나중에 성장했을 때 무엇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궁금증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건 니오타니에요". 니오타니란 분명히 생물학적 성장이 끝났는데도 의식 안에선 호기심, 상상력, 장난치기,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욕구들 같은 초기 성장단계를 여전히 밟아 나가며, 어린 시절의 감성과 환상들을 그대로 간직한 어른을 은유적으로 지칭하는 생물학적 용어라고 한다. 
- 겨울 하늘을 가르는, 헐벗은 나뭇가지를 스치며 날아가는 새를 경이롭게 바라보는 이 순간, 나는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메모>
- 워커 에반스는 농촌의 피폐함을 알려 원조를 받고자 고용했던 15명의 사진가 가운데 가장 먼저 해고됐다. 이유는 대중의 눈을 현혹하기 위한 각종 장치들을 혐오한 그의 단순한 사진이 농업안정국이 원하는 최대한 비참한 자극적 선전사진과 맞지 않아서. 1938년 <포춘>에서 테네시와 앨라배마 소작인 취재를 요청했는데, <포춘> 편집자는 이 작업을 잡지에 싣지 않았다. 원래 의도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개선된 삶을 사는 소작인 모습이었는데, 에반스의 사진은 개선되지 않은 소작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줌.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은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해 유럽에서 먼저 출판됐다. 유진 스미스도 비슷한 점이 있었다.